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마술사, 독서
혼자만의 빈 공간에 퍼즐을 던져두면 어느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맞춰 나간다. 물론 시킨 일은 아니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흥미로운 놀이로, 만약 미션이 주어지거나 전체 퍼즐의 바탕화면(배경지식)을 알고 있는 경우라면 몰입의 효과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난해한 내용의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슬쩍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더 이상 퍼즐은 퍼즐이 아닌 그냥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논술 역시 비슷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라면 제시문을 읽기조차 힘든 일이다. 잠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하고, 열쇠를 가지고 있다면 열쇠를 사용할 줄 알아야 쓸모가 있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 열쇠는 열쇠의 기능을 하지못하는 그냥 쇠붙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디뎠다면, 이제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 할 차례이다.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체력이 요구되듯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목적이 있다면 그 일은 훨씬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바로 논술에서의 호기심을 채워줄 열쇠는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고 생각하는 만큼 적을 수 있다. 그 범위를 넓히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 바로 독서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귀찮고 시간이 없어도 간과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독서는 단시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간혹 고3이 되어 논술준비를 위해 방문하는 학생들이 있다. 정시만을 생각하다가 소위 수도권 유학을 꿈꾸는 우수한 성적의 지방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물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경우 읽기 능력이 탁월하고 이해력도 뛰어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른 과목과는 달리 극복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쓰기이다. 많이 읽고 많이 적어본 친구를 결코 좋은 머리로만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 독서는 머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직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독서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매체들을 마음껏 활용할 수도 있다. 빠른 시간에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된 만큼 활자 매체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모습이 고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남의 정보를 그대로 도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직접 읽고 느낀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꾸준히 읽어야 하며, 반드시 독서 카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어느 분야의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확인하며 카드의 목록을 채워나가는 즐거움을 느껴야한다. 물론 식성이 다르듯 독서도 취향이 다를 수 있다. 때문에 독서 카드를 작성하게 되면 항 방향으로 편식하는 독서를 일부분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기에 보다 효과적이다.
첫술에 배부르랴. 급하게 서두르면 탈이나기 마련이다. 쉬운 책부터 천천히 하나씩 계단을 밟아야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학습이 선행을 유도하고 무엇이든 다른 아이들보다 빠른 단계를 밟길 바라더라도 독서 수준만큼은 한 단계 낮게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단계로의 향상이다. 대부분 어릴때는 책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읽지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당연히 어릴 때는 책을 즐기기 쉽다.
흥미진진하고 그림이 많은 얇은 책이기때문이다. 그러나 일순간 책의 두께는 두꺼워지고 그림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다. 게다가 낯선 용어들이 문장의 이해를 방해한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방황한다. 방황의 시기를 제대로 거치지 못하면 결국 책은 영영 어려운 대상이 되어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만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는 없다. 김연아 선수도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상처투성이의 과정을 겪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것이고, 노벨 수상자 마셜 박사 역시 자신의 연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실제로 자신이 헬리코박터 균을 들이키는 엄청난 모험을 감행했다.
좋은 머리로도, 운만으로도 극복될 수 없는 과정인 독서 역시 투자한 시간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며,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힘들고 혹독할수록 수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즐거운 독서는 좋아하는 관심사에서 비롯된다. 책장에 꽂힌 활자들의 유혹에 과감히 자신을 던져라. 그리고 방황의 시기를 벗어나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JIS 논술 원장 정인숙